동료와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문제가 생깁니다. 직장 동료 관계의 정적 거리를
직장 동료 관계에는 정답표가 없습니다. 너무 멀면 정보에서 밀려나고, 너무 가까우면 되돌릴 수 없는 말을 흘리게 됩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얼마나 친해질까가 아니라, 무엇까지 열어둘까입니다.
멀어서 생긴 일, 가까워서 생긴 일
입사 8개월 차. 점심을 먹고 나면 팀원들이 늘 카페에 갑니다. 처음 두어 번은 “저는 좀 쉬다 갈게요” 하고 빠졌습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그냥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서너 달 이어지자 이제는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나쁜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느 날 회의에서,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흘러가는 안건을 마주합니다. 언제 그 얘기가 오갔는지 자기만 모르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닫습니다. 누가 따돌린 게 아니라, 커피 마시는 15분 동안 오간 말들이 회의실에 도착했을 뿐입니다.
반대 장면도 흔합니다. 금요일 밤 술자리에서, 유독 말이 잘 통하는 동료에게 요즘 이직을 알아보고 있다는 말을 꺼냅니다. 상대는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그날 밤은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두 달 뒤, 팀장이 지나가듯 묻습니다. “요즘 다른 데 알아본다며?”
그 동료가 악의로 옮겼을 가능성은 오히려 낮습니다. 다른 술자리에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흘렸을 수도 있고, 셋이 있는 자리에서 무심코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되돌릴 방법은 없습니다.
두 장면 다 상대가 나쁜 사람이라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거리를 정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뒀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애초에 정답이 하나일 수 없는 이유
직장 동료 관계에서 적정 거리를 못 잡는 건 눈치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애초에 사무실 안에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849명에게 물었더니 62.4%가 회사 동료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적정 친분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서는 답이 갈렸습니다. ‘직장 관련 고민거리를 상담할 수 있는 사이’가 62.3%로 1위, ‘개인적인 고민이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밀한 사이’가 22.7%로 2위였고, ‘업무 관련 이야기 외에 사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않는 사이’라고 답한 사람도 12.0%였습니다(잡코리아, 회사 동료와 우정 설문조사).
같은 팀 안에서도 누군가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연스럽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그게 부담입니다. 내 기준이 상대에게는 지나치게 멀거나 지나치게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적당히”라는 말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가까운 쪽의 이득은 분명하다
거리를 두는 게 늘 안전한 선택은 아닙니다. 갤럽 자료를 보면 직장에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고 답한 사람 중 44%가 자기 회사를 좋은 일터라고 평가했고, 그런 친구가 없는 쪽은 21%에 그쳤습니다. 가까운 동료가 없는 사람들은 다른 회사를 알아볼 가능성도 눈에 띄게 높았습니다(Gallup, The Increasing Importance of a Best Friend at Work).
고립 자체가 건강 문제이기도 합니다. 2023년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은 외로움과 고립이 정신건강 문제 위험을 높이고, 연결이 부족한 상태가 하루 담배 15개비에 맞먹을 만큼 조기 사망 위험을 키운다고 밝혔습니다(U.S. Surgeon General’s Advisory, 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 2023).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곳에서 아무하고도 연결되지 않는 상태는 그냥 조용한 게 아니라 비용이 드는 상태입니다.
실무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정보는 공식 회의보다 커피 자판기 앞에서 먼저 움직입니다. 아무와도 편하게 말을 섞지 않으면, 일이 잘못됐을 때 미리 귀띔해줄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연구는 ‘양날’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한쪽 이야기만 하고 끝내면 반쪽짜리 글이 됩니다. 와튼스쿨의 줄리아나 필레머와 낸시 로스바드는 직장 내 우정의 부작용을 정면으로 다룬 논문에서, 문제의 뿌리가 개인의 성숙도가 아니라 구조적 충돌이라고 봤습니다.
우정에는 네 가지 속성이 있습니다. 비공식적이고, 자발적이고, 주고받음을 따지지 않으며, 정서적 목적을 갖습니다. 그런데 조직에는 정확히 그 반대되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공식적인 역할, 벗어날 수 없는 제약, 교환의 규범, 성과라는 도구적 목적입니다. 두 사람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이 넷은 서로 부딪힙니다(Pillemer & Rothbard, “Friends Without Benefits”,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018).
말로 풀면 이런 장면들입니다.
- 피드백이 어려워집니다. 친구가 된 동료의 결과물에 문제가 보일 때, 그냥 넘어가면 일이 망가지고 짚으면 관계가 상합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순간이 생각보다 자주 옵니다.
- 끝낼 수 없는 관계입니다. 밖에서 만난 친구는 멀어지면 그만이지만, 회사 동료는 사이가 틀어져도 매일 옆자리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자발성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건 어색함뿐입니다.
- 안쪽과 바깥쪽이 갈립니다. 두세 명이 가까워지면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가 신호로 읽힙니다. 정보가 그 안에서만 돈다는 인상이 생기면 팀 전체가 불편해집니다.
- 주고받음의 계산이 흐려집니다. 친하니까 한 번 도와준 일이 다음 달에는 당연한 일이 됩니다. 거절하는 순간 일이 아니라 우정을 거절한 것처럼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가까움에는 분명한 이득이 있고, 동시에 분명한 청구서가 따라옵니다. 그러니 거리를 얼마나가 아니라 어디에 그을지를 정해야 합니다.
친밀도 말고, 정보로 선을 긋는다
“이 사람이랑은 어디까지 친해도 될까”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감정은 눈금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렇게 바꾸면 답이 나옵니다. “이 사람에게 어느 층까지 열어둘 것인가.”
1층은 넉넉하게 여는 편이 낫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디서 막혔는지, 언제까지 걸릴지는 숨길수록 손해입니다. 앞의 첫 번째 장면에서 회의 흐름을 놓친 이유도 결국 1층 정보의 통로가 끊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 싫은 사람도 이 층은 활짝 열어두는 게 좋습니다. 관계는 안 늘려도 되지만 정보는 늘려야 합니다.
2층은 시간을 들여 조금씩
주말에 뭘 했는지, 요즘 뭘 보는지 같은 이야기는 사실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층을 통째로 닫아두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이 됩니다. 완전히 열 필요도, 완전히 닫을 필요도 없습니다. 한두 문장씩 흘리면서 상대가 어떻게 다루는지 보면 됩니다. 상대가 내 2층 이야기를 다른 자리에서 어떻게 쓰는지가 3층을 열어도 되는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입니다.
3층은 기본값이 ‘닫힘’이다
이직 고민, 연봉,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 가정사와 건강 문제. 이 네 가지는 성격이 다릅니다. 상대가 나쁜 사람이 아니어도 새어 나갑니다. 사람은 아끼는 마음으로도 말을 옮기기 때문입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이 회사를 그만둬도 계속 볼 사람인가. 이 질문에 바로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면 아직은 닫아두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열 수는 있지만, 열어둔 걸 다시 닫을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 닥쳤을 때 쓸 문장
기준을 정해도 실전에서 어려운 건 문장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만들려고 하면 늘 늦습니다.
네 문장 모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상대를 밀어내는 말이 아니라, 그 사안 하나만 거절하는 말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회식 잘 안 가요”는 성향의 선언이고, “그날은 선약이 있어요”는 한 번의 일정입니다. 앞의 말은 관계 전체에 도장을 찍지만 뒤의 말은 다음을 남겨둡니다.
메신저와 SNS도 같은 원리로 다루면 됩니다. 팔로우를 거절하기 어렵다면 굳이 거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올리는 내용에서 3층을 빼면 됩니다. 계정을 잠그는 것보다 무엇을 올리지 않을지 정하는 쪽이 훨씬 편합니다.
반대로, 너무 멀어졌다고 느낀다면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선을 긋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미 너무 멀어졌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때는 갑자기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색해지기만 합니다. 부담이 거의 없는 행동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 업무 이야기에 한 문장만 덧붙입니다. “이거 어제 다 됐어요”에서 끝내지 말고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정도를 붙입니다. 사적인 이야기가 아니지만 사람이 보입니다.
- 도움을 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감사합니다”보다 “그 자료 덕분에 반나절 벌었어요”가 관계를 훨씬 많이 움직입니다.
- 1대 다수보다 1대 1을 씁니다. 회식 자리에서 친해지는 사람은 원래 그런 자리에 강한 사람입니다. 커피 한 잔이나 같이 걷는 5분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더 효율이 좋습니다.
지금 내 거리는 어디쯤일까
| 확인할 질문 | 이렇다면 조정이 필요합니다 |
|---|---|
| 내 업무 상황을 팀에서 몇 명이나 알고 있나 | 한 명도 없다면 1층이 닫혀 있습니다 |
| 최근 한 달간 동료와 업무 외 대화를 한 적이 있나 | 전혀 없다면 2층을 조금 열어볼 때입니다 |
| 회사에서 한 이야기 중 밖으로 새면 곤란한 게 있나 | 있다면 3층이 이미 열려 있습니다 |
| 거절할 때 관계가 상할까 봐 망설이나 | 망설임이 잦다면 교환 규범이 흐려진 상태입니다 |
| 특정 동료 두세 명하고만 정보가 도나 |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
한 줄로 남는 것
직장 동료 관계에서 어디까지 친해져야 하냐는 질문에는 숫자로 된 답이 없습니다. 다만 방향은 있습니다. 일에 관한 것은 넉넉히 열고, 나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은 천천히 열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은 회사 밖에서도 볼 사람에게만 엽니다.
그 선이 정해지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거리를 정한 사람이 오히려 더 편하게 사람을 대합니다. 어디서 멈춰야 할지 알고 있으면, 그 전까지는 마음 놓고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자료
- 잡코리아, 직장인 849명 대상 ‘회사 동료와 우정’ 설문조사 — jobkorea.co.kr
- Gallup, “The Increasing Importance of a Best Friend at Work” — gallup.com
- Julianna Pillemer & Nancy P. Rothbard, “Friends Without Benefits: Understanding the Dark Sides of Workplace Friendship”,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43(4), 2018 — journals.aom.org
- Knowledge at Wharton, “Managing the Dark Side of Workplace Friendships” — knowledge.wharton.upenn.edu
- Office of the U.S. Surgeon General, 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 2023 — NCBI Bookshelf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