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alknCare 톡앤케어 TalknCare 톡앤케어

일 떠넘기는 동료, 왜 일을 자꾸 떠넘길까?

읽는 시간 약 10분
"이거 잠깐이면 돼요"라는 동료의 메시지 한 통이 내 할 일 목록에 항목 하나를 더 얹는 장면을 표현한 이미지

일 떠넘기는 동료 때문에 난감한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수요일 오후 세 시쯤, 옆자리 동료가 의자를 반 쯤 돌리며 말합니다. “이거 ○○님이 저보다 훨씬 잘하시잖아요. 잠깐이면 돼요.” 파일은 이미 메신저로 와 있습니다. 거절할 문장을 고르는 데 3초쯤 필요한데, 그 3초가 지나기 전에 입에서 “아, 네”가 먼저 나옵니다. 그날 저녁 야근을 하면서 생각합니다. 이게 몇 번째지.

일 떠넘기는 동료의 의도는 부탁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원래 담당자가 누구인지, 지금 내 업무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확인해보세요. 바로 수락하기 전에 범위와 우선순위를 맞추는 것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일 떠넘기는 동료는 왜 하필 나를 고를까

운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요청이 어디로 가는지에는 꽤 일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카네기멜런대와 피츠버그대 연구진이 2017년 American Economic Review에 실은 실험이 있습니다. 승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두고, 누가 자원하고 누가 요청을 받는지 관찰한 연구입니다. 남녀가 섞인 그룹에서 자원한 비율은 남성 23%, 여성 34%였습니다. 부탁하는 쪽도 여성에게 39%, 남성에게 29%의 비율로 요청했고, 부탁받았을 때 수락한 비율은 여성 76%, 남성 51%로 갈렸습니다(Babcock 외, American Economic Review, 2017).

승진에 도움 안 되는 잡무를 누가 자원하고 누가 요청받는지 비교한 2017년 연구 결과 그래프
같은 일을 두고 자원·요청·수락 비율이 갈린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같은 성별 끼리만 묶인 그룹에서는 이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연구진은 능력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받아줄 것 같은가”에 대한 기대가 만든 결과로 봤습니다.

이 연구는 성별 차이를 다뤘지만, 사무실에서 작동하는 구조는 더 넓습니다. 부탁은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갑니다. 한 번 받아준 사람은 다음에도 후보에 오릅니다. 그렇게 명단이 만들어집니다.

떠넘겨지는 일에는 공통점이 있다

넘어온 일들을 모아 놓고 보면 성격이 비슷합니다. 하면 티가 안 나고, 안 하면 티가 나는 일. 회의록 정리, 자료 취합, 양식 맞추기, 다른 팀에 아쉬운 소리 하기. 위 연구가 다룬 것도 정확히 이런 종류의 업무였습니다. 연말 평가서에는 한 줄도 못 들어가는데 시간은 제일 많이 먹습니다.

여기에 사람 수가 늘수록 개인이 힘을 덜 쓰는 성향이 겹칩니다. 1979년에 나온 고전적인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게 했더니 혼자일 때의 역량 대비 2인조는 71%, 4인조는 51%, 6인조는 40%만 발휘했습니다(Latané, Williams & Harki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979). “누군가 하겠지”가 사람 수만큼 늘어나는 셈입니다.

그래서 여럿이 걸린 일일수록 마지막에 남는 사람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개 가장 먼저 불안해지는 사람입니다.

계속 받아주면 생기는 일

한두 번 도와주는 걸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반복이 문제입니다.

2010년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에 실린 연구는 직원 245명을 대상으로, 남을 도와야 한다는 압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살폈습니다. 실제로 돕는 행동은 늘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올라간 것들이 있었습니다. 일과 가정의 갈등, 일과 여가의 갈등, 직무 스트레스, 그리고 이직 의도(Bolino 외,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2010).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번아웃을 질병이 아닌 ‘직업 관련 현상’으로 분류하면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증후군으로 정의했습니다. 기력 고갈,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과 냉소, 업무 효능감 저하 세 가지를 특징으로 들었습니다(WHO, 2019).

돕는 일이 반복되면서 본래 업무와 회복 시간을 계속 밀어낸다면 업무량과 분장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 떠넘기는 동료에게 범위와 우선순위를 말하는 네 가지 문장
외워 두면 그 자리에서 나오는 네 문장

일 떠넘기는 동료에게 말할 4가지 문장

거절이 어려운 이유는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문장이 준비돼 있지 않아서입니다. 아래 네 개를 외워 두면 3초를 벌 수 있습니다.

  • 판단을 미루는 문장 — “지금 하는 것부터 정리하고 답드릴게요. 30분 뒤에 말씀드려도 될까요?”
  • 우선순위를 위로 올리는 문장 — “가능은 한데 지금 A를 하고 있어서요. 어느 쪽을 먼저 할지 팀장님께 같이 여쭤볼까요?”
  • 범위를 자르는 문장 — “전체는 어렵고, 양식 맞추는 부분까지만 해드릴게요.”
  • 다음 기준을 만드는 문장 — “이번엔 도와드릴게요. 다음 건은 ○○님이 맡으시는 걸로 정리해 두면 좋겠어요.”

부분 지원이 가능하다면 셋째 문장처럼 범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만 돕기로 했다면 넷째 문장처럼 다음 업무의 담당 기준도 확인해보세요. 특히 넷째 문장의 “이번엔”은 소리 내어 붙이는 게 중요합니다. 속으로만 생각한 “이번만”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미 넘어온 업무를 기록하고 업무 분장 문제로 전환해 되돌리는 세 단계를 정리한 픽토그램
이미 넘어온 업무를 기록하고 업무 분장 문제로 전환해 되돌리는 세 단계를 정리한 픽토그램

일 떠넘기는 동료와 업무 분장을 다시 정하는 법

이미 몇 건 떠안은 상태라면, 사람과 다투는 대신 기록을 씁니다. 일 떠넘기는 동료를 바꾸려 들면 관계만 상합니다. 바꿔야 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분장표입니다.

지난 한두 달 동안 넘어온 일을 날짜, 요청한 사람, 걸린 시간으로 적어 봅니다. 감정은 빼고 표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이 표는 두 가지 일을 합니다. 하나는 “내가 예민한 건가”라는 의심을 끝내 주는 것, 다른 하나는 팀장에게 말할 때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사람 문제가 아니라 업무 분장 문제로 올립니다. “○○님이 자꾸 넘겨요”가 아니라 “지난달에 이런 일이 열두 시간쯤 들어왔는데, 원래 누구 담당인지 정리가 필요합니다”로 말합니다. 앞은 갈등이고 뒤는 안건입니다.

물론 조직마다 사정은 다릅니다. 사람이 빠져 한 명이 두 몫을 하는 시기라면 분장 조정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럴 땐 기한을 겁니다. “이번 분기까지는 제가 안고 가고, 다음 분기에 다시 보는 걸로.”

반복되고 선을 넘는다면

대부분은 앞의 단계에서 정리됩니다. 그런데 특정한 사람에게만 반복적으로 몰리고, 거절하면 불이익이 따라오는 상태라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정부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매뉴얼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의 예시 가운데 하나로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특정 근로자에 대해서만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하는 행위를 적어 두었습니다(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매뉴얼, 2025). 최신 매뉴얼은 고용노동부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동료끼리 주고받는 모든 부탁이 여기 해당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선이 어디쯤인지는 알고 있는 편이 낫습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회사 고충처리 창구나 고용노동부 상담 창구에 먼저 물어볼 수 있습니다.

몇 달 뒤 팀 회의. 팀장이 그 업무의 진행 상황을 묻자 동료가 자연스럽게 답합니다. “그건 ○○님이 하고 계세요.” 정식으로 넘어간 적은 없는데 어느새 내 일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혼선을 줄이려면 일 떠넘기는 동료와 이번에 도울 범위, 다음 업무의 담당자를 말로 확인하고 기록해두세요. 한 문장만으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사와 분장을 조정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일 떠넘기는 동료의 요청을 검토할 때 결과물이나 기한이 불분명하다면 업무 지시를 받을 때 확인할 기준을 함께 살펴보세요. 퇴근 무렵 새 업무를 받았다면 퇴근 직전 업무의 오늘 처리 범위를 정하는 방법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Babcock, L., Recalde, M. P., Vesterlund, L., & Weingart, L., “Gender Differences in Accepting and Receiving Requests for Tasks with Low Promotability”, American Economic Review, 107(3), 2017, pp. 714–747 — 전문 PDF / 저널 페이지
  • Latané, B., Williams, K., & Harkins, S., “Many Hands Make Light the Work: The Causes and Consequences of Social Loaf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7(6), 1979, pp. 822–832 — 전문 PDF
  • Bolino, M. C., Turnley, W. H., Gilstrap, J. B., & Suazo, M. M., “Citizenship Under Pressure: What’s a ‘Good Soldier’ To Do?”,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1(6), 2010, pp. 835–855 — 초록 및 서지정보
  • World Health Organization, “Burn-out an ‘occupational phenomenon’: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2019 — 공식 발표
  •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매뉴얼』, 2025년 4월 — PDF 원문 (본문 인용 문구를 확인한 판본)
  •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2026년 7월판) — 고용노동부 자료실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error: Content is protected !!

광고 차단 알림

광고 클릭 제한을 초과하여 광고가 차단되었습니다.

단시간에 반복적인 광고 클릭은 시스템에 의해 감지되며, IP가 수집되어 사이트 관리자가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