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개인 얘기,어디까지 할까

회사에서 개인 얘기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 헷갈리는 이유는 기준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말할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문제는 두 달 뒤에 생기기 때문입니다.

두 달 뒤에 돌아온 말

월요일 아침, 팀장이 지나가며 묻습니다. “지난주에 병원 갔다며? 괜찮아요?” 걱정에서 나온 말이 분명한데도 등이 서늘합니다. 그 얘기를 한 건 금요일 오후, 옆자리 동료에게 커피를 들고 지나가며 한 문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이 인사평가 시즌입니다.

다른 장면도 흔합니다. 점심 자리에서 “요즘 집에 좀 일이 있어서요”라고 짧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캐묻지 않았고, 오히려 다들 배려해줬습니다. 두 달 뒤 프로젝트 배정 회의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씨는 요즘 집안 사정이 있다던데, 이번 건은 좀 빼줍시다.”

누구도 악의를 갖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 번 다 선의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원치 않은 배려였고, 그 배려는 기회를 가져갔습니다. 회사에서 개인 얘기가 위험한 건 나쁜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보가 원래 자리에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순간, 그 이야기는 내 것이 아니게 된다

이 구조를 정확하게 설명한 이론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학자 샌드라 페트로니오의 커뮤니케이션 프라이버시 관리(CPM) 이론입니다. 핵심 주장은 이렇습니다. 사람은 자기 사적 정보를 자신이 소유하고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여기지만, 그 정보를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상대는 그 정보의 공동 소유자가 됩니다. 그리고 공동 소유자끼리 누구에게 얼마나 말해도 되는지 규칙을 맞추지 못하면 이른바 ‘경계 난기류’가 생깁니다(Communication Privacy Management Theory, Petronio).

한 사람에게 한 말이 움직이는 경로 이야기를 들은 동료 이 순간부터 공동 소유자 옆 팀 동료 · 입사 동기 팀장 · 평가 권한이 있는 사람 회식 자리 · 다른 부서 점선 구간에는 내 규칙이 아니라 상대의 규칙이 적용됩니다. 말할 때 규칙을 함께 붙이면 경로가 좁아집니다 “이건 아직 팀에는 얘기 안 했어요” — 이 한 문장이 규칙입니다
개인 이야기가 동료를 거쳐 이동하는 경로

앞의 두 장면을 이 틀에 넣으면 설명이 깔끔해집니다. 동료가 배신한 게 아닙니다. 규칙을 정해준 적이 없으니 상대는 자기 규칙대로 움직인 것뿐입니다. 걱정되니까 팀장에게 알린 게 상대 기준에서는 당연한 행동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말할까”보다 앞서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 어떤 규칙을 붙여서 보낼까.”

그렇다고 전부 닫는 게 답은 아니다

여기까지 읽고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론 내리면 다른 손해가 생깁니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위험을 실제보다 크게 잡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만하임대 연구진이 2018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가 이 지점을 다뤘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똑같은 상황을 남이 겪는 것으로 보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실험에 쓰인 상황에는 직장에서 중대한 실수를 인정하는 장면도 포함돼 있었습니다(Bruk, Scholl & Bless, “Beautiful Mess Effect”, JPSP, 2018).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내가 “이런 얘기 하면 우습게 보이겠지”라고 걱정하는 만큼, 듣는 쪽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거나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고 말하는 정도는 대부분 걱정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그러니 기준을 “약해 보일까”에 두면 어긋납니다. 진짜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정보가 나중에 나를 평가하는 자리에 놓일 수 있는가.

말하기 전 3초 점검

입 밖에 내기 전 3초 점검 1 평가로 갈 수 있나 연봉 · 이직 준비 건강 · 치료 계획 가정 사정 · 돌봄 부담 배려의 얼굴로 돌아온다 2 내가 열 권한이 있나 배우자 · 부모의 사정 다른 동료가 겪는 일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내 것이 아닌 정보는 못 연다 3 다 알아도 되나 팀 전체가 알아도 감당할 수 있는 내용인가 한 명에게 한 말은 도착한다 엘리베이터 안이라 치고 판단 하나라도 걸리면 오늘은 넘어갑니다 내일 말할 수는 있지만, 어제 한 말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개인 이야기를 꺼내기 전 확인할 세 가지

두 번째 항목은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배우자가 실직했다거나, 부모님이 편찮으시다거나, 동료가 이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애초에 내가 공개할 권한이 없는 정보입니다. 내 입에서 나갔지만 책임은 그 사람에게 갑니다.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사고 중 상당수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말하기로 했다면, 규칙을 같이 붙인다

3초 점검을 통과했고 말하기로 정했다면, 정보만 보내지 말고 규칙을 함께 보내야 합니다. 규칙이 없으면 상대는 선의로 움직이고, 그 선의가 정보를 퍼뜨립니다.

  • 범위를 지정합니다. “이건 아직 팀에는 얘기 안 했어요.” — 여기까지만이라는 선이 명확해집니다.
  • 기간을 붙입니다. “다음 달 결과 나오면 그때 제가 말할게요.” — 언제 풀리는지가 정해지면 상대가 대신 알릴 이유가 없어집니다.
  • 이유를 한 줄 답니다. “괜히 배려받는 게 부담스러워서요.” — 왜 닫아두는지 알면 상대가 규칙을 지킬 동기가 생깁니다.
  • 부탁이 아니라 정보로 전합니다. “비밀로 해주세요”는 부담을 주고, “아직 공개 전이에요”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후자가 훨씬 잘 지켜집니다.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이 한 문장의 유무가 두 달 뒤 회의실 분위기를 바꿉니다.

반대로, 질문을 받았을 때

먼저 꺼내는 것보다 어려운 게 질문에 답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애초에 물어보는 것 자체가 법으로 금지된 항목이 있습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3은 구인자가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다음 정보를 기재하게 하거나 수집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본인의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본인의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그리고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입니다(채용절차법 제4조의3 조문).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이 법은 상시 3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됩니다(김·장 법률사무소, 개정 채용절차법 시행 안내).

여기에 더해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 가입, 정치적 견해, 건강, 유전정보 같은 민감정보의 수집과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월간노동법률, 채용 시 유의해야 할 관련 법령과 쟁점).

물론 옆자리 동료가 점심 먹다 결혼 계획을 묻는 게 곧바로 위법은 아닙니다. 다만 알아둘 가치는 있습니다. 이 사회가 이미 “그건 직무와 상관없다”고 합의해둔 항목들이라는 뜻이니까요. 답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내 성격이 예민해서가 아니라는 근거가 됩니다.

받은 질문을 세 갈래로 나눠보기 법이 막아둔 질문 용모 · 키 · 체중 출신지역 · 혼인여부 본인의 재산 부모·형제의 학력·직업 사상 · 정치 성향 · 건강 채용 단계에서는 요구 자체가 금지 · 과태료 대상 답할 의무는 없는 질문 연봉 · 자산 · 대출 연애 · 결혼 · 출산 계획 가족 구성원의 직업 종교 · 지지 정당 이직 생각 여부 무례하지 않게, 짧게 넘기면 되는 영역 열어두면 편한 정보 오늘 컨디션 정도 자리를 비우는 시간 업무에 영향 주는 일정 도움이 필요한 지점 내가 한 실수 숨기면 오히려 오해가 생기는 쪽 가운데 칸은 위법은 아니지만, 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예민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에서 받는 개인 질문의 세 가지 갈래

답을 비켜가는 세 가지 방식

“말하기 싫은데요”는 관계를 상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다 말하면 앞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에 쓸 수 있는 방식이 세 가지 있습니다.

방식실제 문장쓸 때
범주로만 답하기“집에 좀 일이 있어서요” /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서요”이유는 밝히되 내용은 열지 않을 때
줄여 답하고 넘기기“뭐 그냥 그래요. 그러고 보니 그 건은 어떻게 됐어요?”대화를 끊지 않고 방향만 바꿀 때
되묻기“○○님은 그때 어떻게 하셨어요?”상대가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물은 경우

세 번째가 의외로 자주 통합니다. 사적인 질문의 상당수는 정보를 캐내려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꺼낼 실마리를 찾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공을 넘겨주면 대부분 그쪽에서 대화가 이어집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세 방식 모두 미안해하지 않는 톤이 중요합니다. “아 그게, 좀…” 하면서 얼버무리면 오히려 더 궁금하게 만듭니다. 짧고 평범하게 넘기면 대부분 그냥 지나갑니다.

이미 말해버렸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 글을 읽는 시점에 이미 말한 상태입니다. 그때 할 수 있는 게 남아 있습니다.

  • 뒤늦게라도 규칙을 붙입니다. “저번에 말한 그건 아직 다른 데는 안 알렸어요.” 며칠 지났어도 늦지 않습니다. 규칙이 없던 정보에 규칙이 생깁니다.
  • 이미 퍼졌다면 부인하지 말고 틀을 정리합니다. 부인은 소문을 키웁니다. “맞는데, 업무에는 영향 없어요”처럼 사실을 인정하되 해석 방향을 정해주는 편이 낫습니다.
  • 불이익이 실제로 생겼다면 기록합니다. 사적인 사정 때문에 업무 배정이나 평가가 달라졌다면 그건 개인적인 서운함이 아니라 문서로 남길 사안입니다.
  • 자책은 접습니다. 앞서 본 연구가 말하듯, 본인이 걱정하는 것만큼 상대는 그 이야기를 오래 기억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걱정하는 사람만 그 장면을 계속 재생합니다.

한 줄로 남는 것

회사에서 개인 얘기를 어디까지 할지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입니다. 말하지 않기로 정하는 것도 설계고, 말하면서 규칙을 붙이는 것도 설계입니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로 흘리는 것만이 설계가 없는 상태입니다.

다음에 사적인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오려 할 때, 딱 하나만 먼저 떠올려보시길 권합니다. 이 말이 두 달 뒤 회의실에서 나와도 괜찮은가. 괜찮다면 하시면 됩니다. 아니라면, 그 이야기는 회사 밖에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참고자료

  • Sandra Petronio, Boundaries of Privacy: Dialectics of Disclosure, SUNY Press, 2002 — sunypress.edu
  • Communication Privacy Management Theory 개요 — en.wikipedia.org
  • Anna Bruk, Sabine G. Scholl & Herbert Bless, “Beautiful Mess Effect: Self–Other Differences in Evaluation of Showing Vulnerabi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5(2), 2018 — psycnet.apa.org
  •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3(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 — 조문 전문
  • 김·장 법률사무소, 개정 채용절차법 시행 안내 — kimchang.com
  • 월간노동법률, “채용 시 유의해야 할 관련 법령과 쟁점”(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민감정보) — worklaw.co.kr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노무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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